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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네이처 새소식
NO 57. 2015/08/07
[PRESS] 이영애의 리아네이처_문호리의 여름

문호리는 리아네이처에게 친숙한 곳입니다.
리아네이처의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고, LYA(Lee Young Ae)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곳에서 네번째 여름을 맞은 배우 이영애가 Jlook과 함께 문호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북한강 줄기 끝에 자리한 문호리에서 네 번째 여름을 맞은 배우 이영애가 J LOOK에 글을 보내왔다.
가족과 함께 산과 강이 어우러진 전원에서 여름을 보내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서….
WRITER LEE YOUNG-AE
PHOTOGRAPHER KIM TAE-EUN
EDITOR MYUNG SU-JIN

 

 

 

 

 

서울을 떠나 풍광이 아름다운 이곳 문호리에서 산 지도 4년이 되어 갑니다. 도시의 혜택을 뒤로하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게 사실
처음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10분 거리에 있던 단골 미용실과 스파, 재미난 볼거리를 선사하는 공연장 같은 편의 시설을 이
용하려면 이제 적게는 30분에서 1시간가량 소비해야 되고, 맛있는 식당에서 저녁 을 먹으려면 한껏 벼르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
죠. 특히 사업상 약속이 많은 남편은 그 불편함이 더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괜한 걱정을 했더라고요. 불편함을 주는
거리 그 이상의 여유와 생각 할 시간을 갖는 의미가 뭔지 이곳 자연을 통해 알게 됐거든요. 달리는 차와 함께 이어지는 강줄기와
산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것에 저와 남편은 완전히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여름도 중반을 지나고 있네요. 누군가 제게 좋아하는 계절을 물어보면 항상 여름은 맨 뒤를 차지했습니다. 덥고 지치는 데
다 피부에도 안 좋으니까요. 특히 여름엔 촬영하기가 힘들어서 연기자들 이 피하는 계절이죠. 하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며 점점
좋아지는 계절이 됐습니다. 여름의 좋은 점을 새록새록 알게 됐을 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입
니다. 서울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하려면 수영장 시설이 있는 곳에 가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 집 근처 문호천
개울가로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첨벙첨벙 물장구치거나 물고기, 가재, 개구리를 쫓아다니며 신나게 놀죠.
저도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여주 외갓집에 가서 그곳 개울가에 나가 즐겁게 놀았던 추억이 있거든요. 얼마 전에는 딸 승빈
이가 개울가에서 잡아와 애지중지 키우던 물고기 한 마리가 죽었는데, 아빠가 괴롭혀서 죽었다며 호되게 나무라던 딸의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웃었습니다. 남편은 용서의 대가로 물놀이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서 튜브 수영장을 사서 설치해 주고, 마당 한구
석에는 수돗가를 새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쌍둥이가 키우는 토마토, 당근, 콜라비에 물도 주고, 모래 쌓기를 하다가 더우면 시원
하게 등목도 시켜주며 자주 애용하고 있어요.

 

 

 

 

아들 승권이는 산 타기를 좋아해서 여유가 있을 땐 온 가족이 중미산 자연 휴양림으로 등산을 갑니다. 아들은 1시간 정도의 등
산 코스도 거뜬히 오르내릴 정도예요. 중미산 휴양림에 다녀올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
이 계셨던 ‘콜베 수도원’입니다. 그곳에 들러 아이들과 기도를 하고 오는데, 아주 어릴 적에는 “빵 주세요”나 “공주 되게 해주세
요”라고 기도하던 쌍둥이가 이제는 “엄마, 아빠 행복하게 해주세요”란 기도를 할 만큼 컸습니다. 문호리 자연에서 보내는 여름
시간이 가족 간의 사랑을 돈독하게 해주는 것 같아 감사를 느끼고는 합니다.

여름철에 주부들이 많이 하는 고민이 “오늘은 또 뭘 해먹나? 여름철 입맛 살려주는 음식엔 뭐가 있을까?”이잖아요. 저도 똑같은
고민을 늘 했는데, 이곳에 살며 고민이 좀 줄었어요. 온 가족이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식욕이
왕성해져 밭에서 딴 상추와 고추, 오이, 된장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웁니다. 아들이 채소를 잘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밭에서 딴 당근과 오이는 쓱쓱 닦아 바로 먹기도 하죠. 이렇게 여름철 텃밭은 우리 가족의 식욕을 채워주는 보물 창고 같은 곳이
에요. 얼마 전 에는 딸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달라고 조르기에 대신 텃밭 한쪽에 핀 봉숭아꽃을 따다가 물들여줬더니 예쁘다
며 제 볼에 뽀뽀를 하더군요. 제 또래 엄마들은 여름이면 손가락에 봉숭아 꽃물을 들인 기억이 있을 거예요. 어렸을 때의 제 추
억을 딸과 함께 나 누는 경험을 이곳 문호리의 여름날에서 얻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죠. 집 근처에 숲이 있다
보니 모기나 해충으로 아이들 얼굴과 손발이 벌겋게 달아올라 걱정되기도 하거든요. 다행히 남편이 담 주변에 촘촘히 철사망을
설치해서 뱀이나 고 라니 같은 동물의 침입은 없지만, 가끔 고라니가 담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고라니는
겁이 많고 착한 동물이지만 울음소리가 사나워서 “꿔억꿔억” 큰 소리를 내면 마치 싸우는 것 같아요. 요즘 새로운 즐거움이 하
나 생겼어요. 모기를 쫓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바질과 민트를 심었는데, 가끔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스파게티를 해 먹으니 좋
더라고요.

  

 


  

이곳 문호리에 자리 잡은 후, 제가 매일매일 감사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온 가족이 식사를 마치고 난 뒤, 근
처 북한 강변을 걷는 여름의 저녁 시간이에요. 석양에 물든 산 너머의 붉은 노을과 초저녁의 어둠이 내려앉은 푸른 강물의 아름
다움은 한 폭의 풍경화 같죠. 이렇게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가족의 사랑과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나날이 깨닫고 있습니다.
반면 걱정도 늘었어요. 말라가는 계곡물, 훼손되는 숲, 오염되는 환경 등 우리를 품어주는 자연이 병들어가는 심각성 때문이죠.
과연 우리 아이들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연의 혜택을 미래에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올해 문호리의 여름은 작년보다 더 풍성하고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텃밭의 채소가 풍년을 만났
고,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산책이나 등산도 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으니까요.
내년의 문호리 여름은 또 어떨까요? 저희 집 옆의 계곡물이 4년 전 이사 올 때처럼 싱그럽게 흘러 넘치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2015년 늦여름 문호리에서... 이영애
 


출처 : Jlook 2015 8월호